요 3일 가량...
머리를 비우고 다른 각도에서 스스로를 바라볼 좋은 시간이었다.
일상에서 받는 고 스트레스를 그저..
사소한 잡게임이나 채팅 등으로 억누르기에 급급했던 것에 비하면...
확실히 이번은 여러 의미에서 유익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좀 더 떠나 있을 예정이었다.
그리고 정말로 집을 떠나 1-2주 정도 방랑할 계획이었지만...
여러가지 현실적인 돌발 상황에 의해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오랜만에 맛보는...
평범하게 바쁘면서도 한가한 3일이었다.
요 몇 년간엔 그저 공부 아니면 컴퓨터 앞에서 단순히 결과적으로 그다지 쓸데없는 짓이나 해왔었지.
그리고 나는 몇 가지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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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남에게 의지하고 의존하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가 현재를 바꾸고자 하는 의지가 얼마나 존재하느냐의 문제겠지.
타인의 도움이나 충고는 맞다고 생각하면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거늘,
나는 여러가지 내적인 핑계를 대면서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다.
결과적으로 그저 나는 타인에게 넋두리나 늘어놓는 그 과정을 즐기는 해괴한 시츄에이션을 반복했던 것이지.
생각해보면 이 부분은 지금은 더 이상 언급하고 싶어지지 않는 누군가가 과거에 정확하진 못했어도 어렴풋이 지적을 해준 적은 있었다.
아무리 뭐라고 떠들어줘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도 않는 누군가가 계속 비슷한 고민 거리를 가지고 와서 똑같은 소리와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면, 그것도 그것만큼이나 짜증나는 일은 없다.
물론 내가 노골적으로, 그리고 고의적으로 그런 행동을 한 건 아니었지만, 결과론적으로는 그런 시츄에이션이 되었다.
사실, 스스로도 느끼고 있었던 듯 하다.
다만 인정하는게 너무나도 힘들었던 거겠지. 내면적으로.
질나쁜 광대 놀음에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니까.
물론, 스스로...
내적으로, 그리고 외적으로 너무나도 힘들었던 현실 사이에서,
그리고 비정상적으로 나빴던 운의 영향을 심하게 받았다는 건, 모든 사실을 잘 아는 제3자 입지에서는 동정의 요소가 '될 수는' 있다.
그리고 실제 그런 걸 보여준 사람도 더러 있었다.
다만 그 잠시의 위안에 스스로가 너무 안주했던게 치명적인 거겠지.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자가 마약에 빠지는 것과 비슷한 시츄에이션이다.
그리고...
스스로가 원하는 것과 즐거운 것이 없다고 안달할 이유가 없다.
과거에 매달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었지만...
사실, 과거만이 전부는 아니다.
어쩌면 완전히 새로운 것이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미련을 가지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너무나도 게을리 했던 것이 아닐까.
이유가 어쨌든 간에.
즐거웠던 추억은 그걸로 만족하면 되는 경우도 많다.
반드시 그 추억을 통해 뭔가를 얻거나...
더 나은 것으로 승화시켜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제 사회인이 되어 직장을 얻어야 하는 이 시점에서조차...
강박관념에 매달려 있다.
지금은 아련한 기억만이 남은 과거의 추억에 매달려서,
거기서 뭔가를 얻고,
그것을 '어떤 것'으로 승화시키지 않으면 안된다는.
자신이 해왔던 어떤 것이...
무의미로 바뀌는 그 순간에 맛볼 절망을 이길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것에 적응해 나가고 맞붙을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나는 그저...
두려웠을 뿐이었다.
스스로가 잃어버렸던 것에...
의미를 담아서 잃어버리지 않은 것으로 만들기 위한 발악을...
9년이나 해왔던 것이다.
사실 9년 전의 '그 날'에...
모든게 끝나 있었던 것이다.
그 발악을 멈출 계기나 타이밍도 몇 차례 있었다.
하지만 그때 마다 내게 가장 필요한 조언을 해줄 수 있었던 자가 있는 행운따윈 없었다.
그리고 내게 가해지는 현실적인 압박과 공포가 나를 퇴보하게 만들었다.
결국 나는 모든 계기와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나는 난국을 헤쳐나갈 스스로의 실력도 없었던 주제에 운 조차도 따라주지 않았다.
그저 그것일 뿐이다.
흔하디 흔한 기량에 맞지 않은 일에 도전한 자들의 최후.
그저 그런 흔한 3류 스토리의 결말에 불과했다.
사실, 더 무서운 것은...
어쩌면 '시작'조차 하지 않았으면서도...
스스로를 기만하는 '연기'를 해왔던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나 자신에게 9년이나 사기를 쳐왔다.
그렇기에 그 '시작'조차 어쩌면 '사기'가 아니었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아니, 여태까지 경과를 보건데 '사기'가 맞을 가능성이 오히려 높다.
최고에 대한 욕심.
그리고 패배에 대한 두려움.
이 두 가지 성질이 지금의 결과를 낳았다고 말못할 것도 없지만...
그냥 그릇이 그거 밖에 안되는 것이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패배한다고 그걸로 게임오버가 되지 않는 것에서 조차...
패배를 지나치게 의식하고 두려워했다.
실력도 없는 주제에...
뭔가 운좋게 이룬다고 해서...
그걸 지속할 수 있다는 보장 따윈 어디에도 없는 거잖아..(...)
고작 그런 모래성을 쌓기 위해...
그렇게나 스스로에게 그 정도나 되는 엄청난 고통을 줘가며 여기까지 왔던가.
나의 목표는 고작 그런 모래성이었던 것인가...
고통의 결과가 모래성인 건...
너무 잔인하고 재미 없는 이야기잖아..(...)
나는 아쿠에리안 에이지 대전조차 그랬었지.
스스로에게도 괜찮은 한 방이 있음에도...
타인의 화려한 겉 효과에 필요 이상으로 겁먹어서...
내게 돌아온 승기나 행운 조차 살리지 못하고 날려버리고...
번번히 패배만 했었지.
그리고 패배 후에는 또 다시 패배의 기억을 맛보기 싫어서..
베라 별 핑계를 대면서 대전을 하려 하지 않았지...
애시 당초 대전도 그렇게 소극적으로 할 거면서 듀얼 정모 따위는 왜 가냐고...(...)
물론...
상대들이 하나 같이 쉬우면서 지나치게 강한 덱들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최초에 내 손으로 만들었던 E.G.O 잡덱을 쥐었을 때 만큼...
스스로에게 확신을 가지고 강하게 오펜스를 할 수 있었던 자신감과 무모함을,
나는 두려움 때문에 버렸던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그 시절에는 분명 간혹 이기기도 했었거늘, 이후에 스스로 이겨본 적은 단 한 번 밖에 없었다. 그것도 전력상 나보다 훨씬 열악했던 자를 상대로 '단 한 번'.
그나마도 질 뻔했었다.
카드 게임 뿐만이 아니라, 대학 입학 후에 내가 해온 모든 것들이 그래왔다.
어리석게도.
타인의 날카로움과 힘에 눌려서...
두려움 때문에 이길 싸움 조차 패배한다.
나는 그때 대항온에서 어느 유명한 유저 해적을 그런 식으로 쓰러뜨려서...
정상적으로는 이길리 없는 4:1의 압도적인 전투를 승리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당연히 패배해야 할 전투'를 이겼다.
내가 인도에 갔던 목적은, 그저 퀘스트.
싣고 있던 보석과 후추는 잃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팔아봤자 손에 들어오는 건 고작 몇백만 두캇 남짓...
그 정도는 근해 교역을 조금만 하면 금방 메꿔질 손해다.
나는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해역을 열기 위해 퀘스트를 하러 간 거였다.
푼돈을 노리고 덤벼온 해적에게 지는 것은 기분 나쁘겠지.
하지만 나는 시원하게 그 상황에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필승의 전법을 썼다.
가장 낮은 내구력과 선원 수를 가진, 즉, 전투력이 가장 낮은 기함을 노려 한 방에 뒤집는다.
말은 쉽지만, 그 상황에서 4:1의, 전투력도 함선도 압도적인 상대에게 그걸 순간적으로 떠올리고 실행할 녀석은 그리 많지 않겠지.
하지만, 나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그 상황에서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이겼다.'
나는 두려움을 버리고 그 상황에서 가장 최선을 떠올려 싸움에 응했고...
그는 스스로가 자신만만하게 건 싸움에서 상대의 칼날의 날카로움에 겁을 먹고 소극적으로 행동한 결과, 이길 수 있었던 싸움을 패배했다.
만약 그가 깨끗하게 백병으로 한판 붙기 위해 돌진했던 최초의 마음가짐대로 겁먹지 않고 초지 일관의 자세로 움직였다면,
혹,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착실하게 전방이나 후방을 내주지 않고 조심스럽게 움직여왔다면,
아마 90%는 그의 승리였겠지.
어차피 내게는 충각도 없었고, 레벨도 장비도 너무나도 열악했으니까.
가진 건, 그저 기함에게 크리티컬을 먹이면 한 방에 격침하기에 충분한 수준의 화력 뿐.
두려움을 버리고 그 상황에서 가장 최선을 떠올려 실행한 용기의 대가는...
모두가 보는 자리(백수십명 정도가 방송으로 그 장면을 본 것으로 알고 있다.)에서의 시원한 승리(아마도 그에게 있어서는 최악의 치욕적 패배와 개망신이었겠지만.).
그리고 1500만 두캇이라는, 당시 그 레벨로서는 엄청난 거액의 현상금.
그 정도로나 가망없는 상황에서도 그렇게 한다면 없는 승기조차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왜 그렇게나 내 주변의 모든 것을 두려워했단 말인가.
모두 내 어리석음의 소치다.
지금은...
그걸 깨달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무리하게 뭔가를 당장 떠올리고 해내기 위해 발악할 필요는 없다.
내가 정말로 진정으로 깨달았다면...
아마 곧 지금의 모든 교착 상태를 해결할 방안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못해낸다면..
그때는 깨끗하게 인정하고 털어버리자.
이젠...
패배가 그렇게까지 두렵진 않으니까.
패배에서 얻는 경험치라는 것이 없다면...
어째서,
바둑에서 하수가 고수에게 가르침을 청할 수 있겠으며...
승부에서 강자를 찾아서 강자와 붙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스스로가 가진 모든 것을 부딪혀볼 수 있는 상대를 찾아서...
전력으로 부딪혀 본다.
오직 그것만을 위해 움직이고,
쓰러지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해서 다시 덤비는 그런 녀석들도 많거늘...
어째서 나는 나 자신의 패배에 그토록 집착한단 말인가.
겁먹을 필요 없다.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나는 아직 이 세상에 살아 있고...
아직 움직일 수 있다.
그리고 내게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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